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0일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든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 결심을 밝힌 뒤, 오후에는 대구로 이동해 2·28 기념 중앙공원에서 공식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대구 2·28 공원은 대구 시민의 민주화 운동 정신이 깃든 장소로, 김 전 총리 측은 이번 출마가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고 변화를 이끌기 위한 선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김 전 총리의 등판을 강하게 요청해 왔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6일 김 전 총리와 독대한 자리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제안하며 승리를 위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까지 약속했다. 당시 정 대표는 대구 필승 카드는 김 전 총리뿐이라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고, 김 전 총리는 이를 피하기 힘든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전 총리의 합류에 맞춰 내일까지 대구시장 후보자 추가 공모를 진행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호남 지역을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호남 지역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험지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권역별로 당당하게 경쟁하고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내 출마 희망자가 전무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취재진과 만난 이 위원장은 안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바꾸고 흔드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과거 순천에서 연이어 당선된 이력이 있어, 그의 호남행이 확정될 경우 지역 선거 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여권 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결단이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과 실제 득표력 사이의 저울질이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이번 행보가 영호남이라는 상대 진영의 안마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김 전 총리의 대구행과 이 위원장의 호남행은 단순한 지자체장 선거를 넘어 차기 대선 국면을 앞둔 전략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 모두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공천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대구 지역의 전열 정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의 호남 출마가 당 전체 기조에 미칠 파장을 점검 중이다. 출마 선언 이후 이어질 당내 경선 절차와 본선 경쟁력 확보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제시할 지역 발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향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마 선언이 실제 투표율 제고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거물급 인사들의 가세로 선거 열기는 고조되고 있으나, 지역 내 바닥 민심은 여전히 경제 살리기와 구체적인 민생 대책에 집중되어 있다. 중앙 정치 논리가 지역 선거를 압도하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간 세 대결로 치닫을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