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을 갖고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현 민생 경제를 전시상황으로 규정하며 이번 추경을 위기 극복을 위한 전쟁 추경으로 명명했다. 특히 재원 마련 과정에서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의 핵심 축으로 민생 안정을 꼽았다. 고유가로 고통받는 국민 70%에게 지급되는 피해지원금과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 등에 총 10조 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한다. 취약계층의 먹거리를 보장하는 그냥드림센터를 전국 300곳으로 두 배 확대하고,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다.
연설의 상당 부분은 위기 속 양극화 해소와 청년 세대 지원에 할애됐다. 이 대통령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취업과 창업 지원 예산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부양책보다는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수 있는 체질 개선에 예산을 우선 배정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연설 직후 본회의장 분위기는 과거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시정연설 당시 특검 수사에 반발하며 전원 불참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여당 의원들은 물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회 부의장 등 야당 지도부와도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속도감 있는 처리를 거듭 압박했다. 위기 극복의 성패가 타이밍에 달려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기존 예산의 구조조정과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예산의 구체적 산출 근거와 실효성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여야 간의 시각 차이는 향후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빚을 내지 않았다는 정부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예산 투입에 따른 물가 영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안이 대통령의 당부대로 신속히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야 협치 여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