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에 위장 취업해 확보한 개인정보로 '보복 대행'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고객 정보를 빼돌린 40대 상담원 여 모 씨와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30대 이 모 씨를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여 씨 등은 이날 오전 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며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사적 보복을 의뢰받은 뒤 실제 주거지를 찾아가 인분을 뿌리거나 래커로 낙서를 하는 등 이른바 '보복 테러'를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여 씨는 총책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배달의민족 외주사가 운영하는 고객지원센터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했다. 상담사 권한을 이용해 특정 고객의 주소와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추출했으며, 이 정보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거쳐 현장 행동대원들에게 전달됐다.
행동대원들은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서울 양천구 등 전국 각지의 피해자 주소지를 직접 방문해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지난 1월 발생한 연쇄 보복 테러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특정 배달앱 이용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배달의민족 사무실 등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내부 정보 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일당 4명을 검거했다.
이번 사건은 기업의 외주 관리 체계와 개인정보 접근 권한 통제의 허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위장 취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합법적인 권한을 획득한 뒤 이를 범죄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 구속된 또 다른 총책 정 모 씨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거쳐 조만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경로와 추가 피해 사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측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고 외주사 인력 관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적 보복 대행 서비스라는 기묘한 범죄 형태가 공적인 고객 관리망과 결합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