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의 투기적 대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금융 절연 대책을 내놨다. 오는 17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 대신 시장에 매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무주택자가 다주택자의 전세 낀 집을 살 경우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보완책을 병행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투기적 대출이 주택 시장 과열의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다주택자 보유 아파트 약 1만 2천 가구의 매물 유도를 정조준했다.
다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예외 규정은 마련됐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 시까지는 대출 연장이 허용된다. 정부는 특히 올해 말까지 무주택자가 다주택자의 매물을 구입할 경우, 기존 세입자가 퇴거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는 대출 규제로 압박받는 다주택자가 전세를 낀 채로 무주택자에게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의 사각지대로 지목됐던 P2P(개인 간 거래) 대출에 대해서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확대 적용한다. 그동안 P2P 대출은 자금 출처 소명 의무가 없어 강남권 고가 아파트 매수의 우회로로 활용되어 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P2P 대출을 이용한 투기적 진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규제도 공식화됐다.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성 1주택자를 가려낼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조만간 별도의 대출 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투기성 농지가 적발될 경우 즉각적인 처분 명령을 내리는 등 토지 시장에 대한 감시 수위도 높인다.
금융당국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출 완화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히려 이번 대책을 통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제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로 이어져 수도권 집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