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이정표가 다시 한번 새롭게 세워졌다. 12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처음으로 465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새해 들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코스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전망이 맞물리며 전례 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외환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서 개장하며 증시의 강세와는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상승 출발한 뒤 단숨에 4650선을 넘어서며 장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7일 사상 최초로 4600선에 안착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지수는 불과 수 거래일 만에 다시 한번 고점을 높였다. 시장의 엔진은 단연 반도체 대형주들이다. 삼성전자는 14만 원선 안착을 시도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고, SK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강력한 매수세를 흡수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종목들도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모멘텀을 바탕으로 지수 상승에 화력을 보태는 형국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폭등의 배경으로 견고한 이익 성장세를 꼽는다. 특히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실적 전망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급등이 국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열린 CES 2026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여준 AI 기술력과 로봇 산업의 비전이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질적인 수주와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를 끌어내고 있다.
주식 시장의 활황과는 별개로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상승한 146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보통 주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깨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가 원화 가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환차손 우려보다 반도체 등 주도주에서 얻을 수 있는 자본 차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신용융자 잔고의 기록적인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수가 46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빚을 내어 투자하는 '빚투'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하락 전환 시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재개 논의 등 제도적 변화를 앞두고 시장의 경계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 사이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주식 대차 잔고가 급증하며 하락에 베팅하려는 대기 자금이 쌓이고 있다는 점은 향후 증시의 상단을 제약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결국 코스피의 5000 시대 진입 여부는 반도체 업황의 지속성과 환율 안정화에 달려 있다. 수출 지표가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펀더멘털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무역 장벽과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은 기업 이익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분간 증시는 4600선 위에서 치열한 매공방을 벌이며 실적 발표 시즌의 구체적인 수치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