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특검 구형량보다 8년이나 높은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에 대해 법조계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사법 역사에 남을 엄중한 잣대를 제시했다.
1973년생인 이 부장판사는 경남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3년 사법연수원 32기를 수료하고 수원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등 요직을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실력파"이자, 재판 진행에 있어서는 타협 없는 엄격함을 보여주는 "대쪽 판사"로 통한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소신 있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1월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자 "형사 소송에 선서 거부 특권은 없다"며 즉석에서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자 "장관은 국정 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인데, 비상계엄 당시 아무런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도 이 부장판사의 직설적인 판결 이유는 화제가 되었다. 그는 약 70분간 이어진 선고문을 낭독하며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에 의해 자행된 만큼 그 위험성이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질타했다. 특히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약 5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감정이 북받친 듯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갖추기 위해 장관들을 소집하고, 대통령을 저지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채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책무를 외면하고 가담하는 길을 택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방조한 수준을 넘어 내란의 중요 임무를 수행한 핵심 가담자로 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장판사가 대장동·백현동 등 대형 부패 사건을 담당하며 다져온 치밀한 논리가 이번 내란 사건 판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과거 내란 판례의 형량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든 행위에 대한 엄벌"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판결에 녹여냈다는 분석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장관 등 다른 핵심 인물들의 재판 결과에도 상당한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이 부장판사는 평소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돌직구 화법으로 "선수형 판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한 전 총리 판결 이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웠다"는 찬사와 "정치적 평가가 개입된 과한 형량"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지만, 이 부장판사가 보여준 단호한 재판 운영과 판결의 무게감은 당분간 법조계의 핵심 화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