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29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9.2% 급증한 수치로, 분기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93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되며 외형과 내실 모두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입증했다.
이번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DS) 부문이다. DS부문은 4분기에만 16조 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사 이익의 80% 이상을 책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가 본격화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동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생성형 AI 열풍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제품군이 시장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연간 실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333조 6,05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연간 영업이익은 43조 6,011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반도체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부문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시장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메모리 업황의 반등에만 의존하지 않고, 차세대 기술 표준을 선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HBM3E 등 최신 규격 제품의 양산 체제를 조기에 확립하고 파운드리와 패키징을 잇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사 확보에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모바일 기기 내 온디바이스 AI 탑재가 확산됨에 따라 관련 칩셋 공급 물량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미래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회사 측은 2026년을 기점으로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공정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의 강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공정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초격차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AI 가속기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상회하고 있으며,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2나노 이하 공정에서의 수주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과 글로벌 금리 기조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과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이번 4분기 실적은 기술 변곡점에서 선제적인 투자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AI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확보한 제조 역량과 포트폴리오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2026년 통합 솔루션 전략이 실현될 경우,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전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