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대한민국 국민을 두고 노벨평화상 후보론이 거론된다. 허황된 상상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날 광장을 지킨 시민들의 선택은 너무나 상징적이었다.
노벨평화상은 개인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때로는 한 사회의 집단적 용기와 양심을 향한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인권과 자유를 기록해온 Center for Civil Liberties가 수상했고, 2015년에는 튀니지 민주주의를 지켜낸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총칼이 아니라 시민의 연대로 역사를 되돌린 사례였다.
12·3, 그 밤 역시 다르지 않았다.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비상계엄 시도가 현실 정치의 그림자로 드리웠을 때, 국민은 두려움보다 헌법을 택했다.
국회와 거리에서, 온라인과 일상에서 “민주주의는 양보할 수 없다”는 집단적 의지가 분출됐다. 권력은 일시적이지만, 헌법은 지속적이라는 사실을 시민이 몸으로 증명했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시민이 위기를 넘긴 역사다. 1987년의 거리, 2016~2017년의 광장. 그리고 또 한 번, 제도 바깥의 충동을 제도 안의 원칙으로 되돌려 놓았다.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밤의 의미를 축소해선 안 된다. 피 흘리지 않은 승리가 오히려 더 어렵다.
자제와 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후보? 상의 영예가 목적일 리 없다. 중요한 건 기록이다. 세계가 묻는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어떻게 권력의 유혹을 시민이 제어했는가.” 답은 간단하다.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헌법 1조를, 국민 스스로가 지켰다는 것.
평화는 전쟁이 없다는 상태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는 상태다. 12·3을 막아낸 대한민국 국민은, 그 정의를 다시 써 내려갔다. 상은 부차적이다. 이미 세계사적 메시지는 충분하다. 민주주의는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최후의 보루는 언제나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