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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리핀 수교 77주년 정상회담… 원전·조선·AI ‘미래 파트너십’ 선언

이다혜 기자 | 입력 26-03-04 09:27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과 조선,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교 77주년을 맞은 양국은 기존의 방산·인프라 협력을 넘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1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마닐라 대통령궁에는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졌으며, 이 대통령은 필리핀 측의 최고 수준 의전을 받으며 입장했다. 회담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합창단의 '아리랑' 노래가 연주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올해 첫 국빈으로 맞이하며 양국의 역사적 유대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수교 77주년이라는 소중한 날에 만나 뵙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파병해준 필리핀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양국은 국방과 해양 안보 등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는 원전 협력의 재개다. 양국은 '필리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와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체결하며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강조했다.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의 실질적 조치도 가시화됐다. 이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금거북선 모형'을 선물하며 해양 강국 간의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필리핀은 한국의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 참여와 조선업 재건 투자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도 확인됐다. 두 정상은 최근 중동 무력 충돌 사태에 우려를 표하며 에너지와 물류 시장 불안이 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의 안정과 평화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소망한다"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회담 직후 양국은 AI, 디지털, 핵심광물, 농업 등 미래 유망 분야의 협력을 담은 10건의 약정을 교환했다. 특히 필리핀 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한국의 인프라 건설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조속한 사업 착수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4일 한국전 참전용사 및 후손들과의 만남을 가진 뒤, 비즈니스 포럼 참석을 끝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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