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기간 중 발생한 교통사고가 원인이 되어 피보험자가 보험 종료 후 사망했다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사망자 A 씨의 유족이 B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보험 약관에 기재된 "보험기간 중 교통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라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집중됐다. 보험사는 사고뿐 아니라 사망 시점도 보험기간 내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사고가 기간 내에 발생했다면 사망 시점은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사망한 A 씨는 2003년 가입한 보험의 만료를 석 달 앞둔 2023년 1월 평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보험 계약이 만료된 지 약 두 달이 지난 2023년 6월 숨을 거뒀다. 유족은 약 3500만 원 규모의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은 보험사가 무한정 책임을 지게 될 우려가 있다며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사망 시점이 보험기간 종료 이후이므로 약관상의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시 2심 판결을 반박하며 원칙을 재확인했다. 해당 약관이 문언상 사고와 사망 모두 기간 내에 발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는 있으나, 사고만 기간 내에 발생하면 충분하다고 해석할 여지도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사고와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다면 보험기간 종료 후의 사망도 보장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와 관련한 보험약관 해석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로 보험기간 중 입은 상해가 기간 종료 후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에 대한 보상 기준이 구체화됐다.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사고 발생 시점과 인과관계 입증 여부가 보험금 지급의 핵심 판단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보험 약관의 모호성을 기업의 책임으로 돌린 기존 판례의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