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발생한 고(故)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사건이 검찰 재수사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건 발생 7개월 만에 가해자들이 결국 구속됐다.
유족과 시민사회는 “초기 경찰 수사의 부실함이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장기간 방치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고 김창민 감독은 지난해 10월, 발달장애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당시 김 감독은 약 2시간 만에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 순간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사건 이후 수사는 충격적일 정도로 더디게 진행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주범 이모 씨에 대해 1차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문제는 영장 내용에 있었다. 20차례가 넘는 폭행 정황과 피해자의 발달장애 아들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핵심 사실조차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주범 이씨는 오히려 ‘범인’이라는 가명으로 힙합 음원을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유족들은 직접 식당 CCTV 영상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하며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공범 2명을 포함한 추가 영장이 재청구됐지만 이마저도 기각되며 사건은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전환점은 JTBC의 보도였다. 지난 3월 31일 JTBC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최초 공개했고, 이후 사회적 분노가 급속히 확산됐다.
결국 검찰은 4월 5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유족들의 절박한 호소와 국민적 분노에 부응하기 위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재수사를 공식화했다.
검찰의 재수사는 경찰 단계와는 완전히 달랐다. 불과 3주 만에 핵심 증거들이 쏟아졌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압수수색이 실시됐고, 가해자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죽이려고 때렸다”는 취지의 통화 녹취까지 확보됐다.
결국 지난 4월 28일 검찰은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어제(4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정오께 종료됐으며, 이후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영장이 발부됐다.
유족은 “검찰이 보름 남짓 수사한 기록만으로도 결국 구속이 가능했다”며 경찰의 초기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 김창민 감독의 부친 김상철 씨는 “6개월 넘게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검찰로 넘어간 뒤 단기간 안에 결과가 나왔다”며 “왜 초기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폭행치사 사건을 넘어, 초동수사의 중요성과 수사기관 책임론까지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피해자의 발달장애 아들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점, 반복적 폭행 정황이 있었음에도 초기에 강제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사실상 사건을 놓쳤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언론 보도와 유족의 끈질긴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사건이 영원히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결국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에서 초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한 번 놓친 골든타임이 얼마나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