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003년 카드대란 당시 형성된 부실채권을 장기간 추심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영업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관할 당국의 방치를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를 향해 상록수의 채권 추심 실태와 배당 구조를 파악하고 있는지 질의했다. 이 대통령은 "카드사태 당시 금융기관들이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며 "그 원인이 됐던 국민들의 연체 채권을 지금까지 추심해 연간 수십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백몇십억 원씩 배당을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위에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보고를 공식 주문했다.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는 2003년 10월 카드대란 사태 수습을 위해 제도권 금융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새도약기금에는 참여하지 않고 자체적인 추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상록수의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은 개별적으로 새도약기금 협약사로 등록되어 있으나, 상록수 법인을 통해서는 23년 전 발생한 9만 명 규모의 연체 채권 7000억 원 상당을 여전히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록수는 정관상 보유 채권을 매각하거나 넘기려면 주주 9곳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주주사 중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채무 조정이나 채권 이관이 불가능해 장기 연체자들이 구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 상록수는 최근 5년간 주주사들에 약 420억 원을 배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통령은 회의 도중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는 불법 사채 계약에 대해서도 강경한 대응을 지시했다. 50만 원을 빌려주고 9일 만에 80만 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돌려받는 사례를 언급하며 "명백한 이자제한법 위반이자 처벌 사안"이라고 단정했다. 이 대통령은 배석한 법무부 장관에게 "이런 경우 원금을 안 갚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재차 확인하며 법률적 무효성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연간 60% 이상의 이자를 붙이는 행위는 법적으로 원금을 갚을 의무가 없다"며 "청년들이 주로 피해를 보는 이런 악덕 사채업자들을 경찰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 도중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을 향해 "언론과 기자들 눈에는 띄는 부조리가 왜 수사기관 눈에는 잘 안 띄느냐는 국민적 의문이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민간 배드뱅크가 보유한 장기 연체 채권의 소각 또는 새도약기금 이관을 유도하기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상록수 주주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채권 처리 방식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민간 금융사의 수익 추구 권리와 서민 금융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정부가 어떠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