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국군정보사령부의 자백 유도 약물 사용 검토 정황이 담긴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며 공세에 나섰다. 7일 서울고법 형사12-1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팀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조서를 통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제출한 자료는 2024년 6월 정보사가 작성한 이른바 약물 문건의 제작 경위를 담고 있다. 특검팀은 해당 문건이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문 전 사령관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는 노 전 사령관이 전직 사령관 지위를 이용해 군 내부 조직에 접촉하며 계엄을 준비한 핵심 증거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에는 정보를 입수하는 수단으로 벤조디아제핀, 프로포폴 등 특정 약물을 나열하며 자백 유도제 투여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 측은 이에 대해 반박하는 취지가 담긴 본인의 조서도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하며 방어권을 행사했다. 문 전 사령관의 진술이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양측의 서류를 검토한 뒤 향후 공판 과정에서 증거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재판 과정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은 현재 재판부의 구성 근거인 내란전담재판부법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 김 전 장관 측 대리인은 위헌적인 법률에 따라 구성된 재판부가 심리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재판 절차를 중단하고 구속된 피고인들을 보석으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 이전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법정에서는 정식 재판의 중계방송 허가 문제를 두고도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검팀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재판 중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중계가 허가되더라도 영상의 무분별한 편집을 막아야 하며, 피고인의 얼굴이 노출되는 근접 촬영 대신 법정 원경만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을 비롯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당사자들이 증인석에도 차례로 서게 되면서 계엄 선포 당일의 의사결정 구조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둘러싼 증인신문이 이번 항소심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정식 공판에는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과 징역 30년이 선고된 김 전 장관 측이 항소심에서 어떤 논리로 무죄 또는 감형을 주장할지가 핵심이다. 특검팀이 새로 제출한 자백 유도제 관련 문건이 재판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