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3월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인 2월에 기록한 231억 9000만 달러 흑자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3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으며, 이는 2000년대 들어 역대 두 번째로 긴 흑자 기록으로 남게 됐다.
항목별 실적을 살펴보면 상품수지가 350억 7000만 달러 흑자를 내며 전체 경상수지 개선을 주도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 역시 역대 최대치다. 3월 수출액은 943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되어 1년 전과 비교해 56.9% 급증했다. 수입액 또한 자본재와 원자재 유입이 늘어나며 전년 동월 대비 17.4% 증가한 59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수출 증가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출 호조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와 컴퓨터 관련 품목이었다. SSD를 포함한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167.5% 폭증했고, 반도체 수출도 149.8% 늘어나는 등 정보기술(IT) 품목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조업일수가 확대된 점과 석유제품 단가 상승 등의 대외적 요인이 맞물리며 수출 증가세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비IT 품목에서도 고른 성장이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출이 69.2% 늘어난 것을 비롯해 화공품과 철강제품도 각각 9.1%, 5.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이 68.0%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중국과 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은 49.1% 급감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계정 내 순자산은 한 달 사이 369억 9000만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 부문에서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51억 2000만 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37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40억 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는 340억 4000만 달러 규모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점은 향후 대외 변수 대응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특정 산업의 업황 주기나 글로벌 수요 변화에 따라 경상수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가 12억 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상품수지의 흑자분을 일부 상쇄하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