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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9년을 기다린 개헌… 또다시 국민은  정치에 울었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5-11 09:02



2026년 5월 8일.
대한민국 헌정사는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무려 39년. 수많은 국민이 시대의 변화를 담아낼 새로운 헌법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그 긴 기다림 끝에 돌아온 것은 희망이 아닌 좌절이었다.

대한민국 국회는 끝내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국민 앞에 약속했던 역사적 개헌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국민은 묻고 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 정치는 늘 국민보다 정쟁이 먼저인가.
이번 개헌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었다.

1987년 군사독재의 어둠을 끝내기 위해 만들어졌던 헌법 체제를, 2026년 대한민국 현실에 맞게 다시 세우는 시대적 과제였다.

39년 동안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되었고,
IT 강국이 되었으며, 민주주의 수준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국민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
청년들은 “노력해도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집값은 끝없이 치솟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몰렸으며,
아이 울음소리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는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국민 통합은 사라졌고,
상대 진영을 무너뜨리는 것만 남았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정은 흔들렸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나라 전체가 전쟁처럼 갈라졌다.

그래서 국민은 개헌을 기대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길 바랐고,
정치 구조를 바꾸길 원했으며,
지방분권과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꿈꿨다.그러나 정치권은 국민의 절박함을 또 외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했고, 국민의힘은 건국 정신과 산업화 과정, 새마을운동 정신도 함께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여야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역사 논쟁 이전에 정치의 무능이었다.
국민은 특정 진영의 승리를 원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원했다.
그런데 정치권은 또다시 국민을 잊었다.
국회 본회의 상정을 포기한다고 발표한 순간, 우원식 국회의장의 표정 속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국민 마음속에는 더 큰 침묵이 내려앉았다.
“또 실패했구나…”
“정치는 결국 자기들 싸움만 하는구나…”
많은 국민은 그렇게 허탈함을 느꼈다.
사실 이번 개헌 무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치는 오래전부터 타협을 잃어버렸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
협치보다 지지층 결집이 우선인 정치.
그 속에서 헌법이라는 국가의 근본조차 정쟁의 도구로 변질됐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개헌이 절실한 시대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혁명은 시작됐고,
노동 구조는 무너지고 있으며,
저출산은 국가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은 사라지고 있고,
청년은 떠나고 있으며,
노인은 빈곤 속에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1987년 헌법은 분명 위대한 성취였다.
군사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열어낸 국민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달라졌다.
그 헌법만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모두 담아내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국민은 새로운 사회 계약을 원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 가는 새로운 약속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또다시 그 기회를 걷어찼다.


이번 개헌 무산은 단순한 “법안 폐기”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 희망의 좌절이다.
국민은 먹고살기 힘들어도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텨왔다.
그러나 정치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실망과 분열뿐이다.

정치인은 선거 때마다 국민을 말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에는 진영 계산기를 먼저 꺼내 든다.
이번에도 그랬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이미 책임 공방에 들어갔다.누가 개헌을 막았는지, 누가 발목을 잡았는지 서로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이번 실패의 책임은 특정 정당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 전체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민은 더 이상 거창한 말에 감동하지 않는다.

진심 없는 사과에도 지쳤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헌법은 권력의 무기가 아니다.
헌법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치권은 오늘 깊이 반성해야 한다.
39년 만의 개헌 기회는 사라졌다.
그러나 국민의 희망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언젠가 대한민국 정치가 진영을 넘어 국민을 바라보는 날,

그날 비로소 개헌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개헌은 정치인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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