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처럼 수급 대상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많은 금액을 주는 “하후상박” 구조로 바꾸는 방안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초연금 개편 방안 전문가 포럼”을 열고 노인 빈곤 실태와 기초연금 제도 개편 필요성, 향후 제도 재설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번 포럼은 기초연금 개편을 둘러싼 정부 차원의 첫 공론화 자리로 마련됐다.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단독 가구 기준 최대 월 34만9700원을 받을 수 있다. 노후소득 보장과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지급 대상과 급여 구조를 둘러싼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핵심 쟁점은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가”다. 현행 제도는 일정 소득 기준 이하 노인에게 같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득과 자산이 비교적 높은 노인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고, 수입이 거의 없는 노인과 같은 금액을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기초연금의 차등 지급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과 관련해 “하후상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월수입이 수백만 원 되는 노인이나 수입이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다”며 향후 증액분을 저소득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전문가 포럼에서도 현행 제도의 재구조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노인의 70%를 수급 대상으로 정한 기준이 정치적 논의의 결과물이라고 짚었다. 그는 실제 소득과 자산 수준이 높은 노인도 기초연금 수급이 가능해진 만큼,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노인 빈곤 완화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선임연구원은 선정 기준 조정과 저소득 노인 차등 지급 등을 개편 방향으로 제안했다. 기초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제도인 만큼, 빈곤 위험이 큰 노인에게 재원을 더 집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수급 대상을 줄이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위 70% 선정 기준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75세 이상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서는 기초연금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급자를 급격히 줄일 경우 실제 빈곤층 일부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초연금 제도 안의 세부 감액 규정도 개편 과제로 거론됐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을 때 급여가 줄어드는 부부 감액 문제와 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의 지급 배제 문제,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 뒤 생계급여에서 차감하는 이른바 “줬다 뺏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문가 논의를 토대로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은 “하후상박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을 달성할 수 있는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개편은 노인 빈곤 완화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과제다. 저소득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급하는 방향은 제도의 목적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기존 수급자의 급여 변화와 선정 기준 조정 방식에 따라 사회적 논쟁도 커질 수 있다. 정부가 향후 증액분 차등 지급, 수급 기준 재설계, 감액 제도 개선을 어떤 조합으로 제시할지가 다음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