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죄 사건에 대해 검찰이 관행적으로 항소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상소 판단 절차에 외부 통제를 넓히려는 조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는 이달 초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과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운영지침” 개정안 초안을 일선 검찰청에 보내 의견을 듣고 있다. 개정안은 2018년부터 운영해 온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형사상소심의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상고심의위원회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할지 검토하는 절차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1심에서 기소 내용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사건도 항소 전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검찰이 1심 무죄 사건을 곧바로 항소하는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심의위원회에는 변호사와 교수 등 외부 전문가 5명 이상이 출석한다. 위원들은 사건 기록과 검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과반수 의견을 정한다. 검찰은 심의위원회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정안은 심의위 의결과 달리 항소할 경우 검사장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항소 자제 기준도 구체화된다. 개정안은 가벼운 재산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거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공익적 관점에서 형사처벌 필요성이 크지 않으면 항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고의성이 약하거나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재범 위험성이 낮은 사안도 항소 자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죄가 인정된 사건에 대해서도 항소 기준을 조정한다. 그동안 검찰은 선고 형량이 구형량보다 크게 낮으면 항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은 선고 형량과 구형량을 기계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대법원 양형 기준 준수 여부와 양형 관련 추가 증거 제출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검찰은 공소청 출범이 예정된 오는 10월 2일부터 새 지침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검은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일선 의견을 반영해 수정을 거쳐야 한다”며 “어떤 방향성을 갖거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지침 개정 검토는 검찰의 상소 관행을 둘러싼 정치권과 법조계 논란 속에서 나왔다. 검찰은 그동안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일부 정치적 사건에서 상소 포기 논란을 겪었다. 이제는 정치 사건을 넘어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상소 판단 기준을 조정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검찰의 상소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들이 무죄가 나오면 면책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도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나올 수 있다. 항소와 상고는 오판 가능성을 다투는 형사절차의 일부인 만큼, 심의 절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검사의 공소유지 권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무죄 판결 이후에도 장기간 재판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개정안이 실제 시행되면 1심 무죄 사건에 대한 검찰 항소 판단은 지금보다 까다로워진다. 외부 전문가 심의를 거치고, 심의 결과와 다르게 항소하려면 검사장 허가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계적 상소를 줄이겠다는 취지와 범죄 대응의 실효성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