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국회 앞에 모여 “일하는 사람 기본법” 추진 중단과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구했다. 노동권 보호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인건비와 경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에 제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이 참석한 집회 현장에서는 “생존권을 보장하라”,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들고 국회와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쟁점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었다. 이 법안은 고용 형태나 근무 방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에게 헌법상 노동권 보장을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근로기준법 체계 밖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소상공인들은 법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을 사업주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근로자 1인당 연간 50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소상공인에게는 지불 여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중단 요구도 나왔다. 소상공인들은 영세 사업장에 대기업과 같은 노동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폐업과 고용 축소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종과 지역, 사업장 규모에 따라 임금 지불 능력이 크게 다른 만큼 제도 적용에도 차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제도 개편 요구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최저임금을 업종별, 규모별, 지역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도 요구했다. 현행 최저임금 구조에서는 매출 변동이 큰 소상공인이 고정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소상공인들은 유통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방침 철회를 요구했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소상공인 단결권과 교섭권 법제화도 촉구했다.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특별위원회 설치와 소상공인 최저소득 보장제도 도입도 결의문에 담겼다.
현장에서는 삭발식도 진행됐다. 김미연 CU 가맹점주연합회장은 삭발 뒤 “소상공인도 제발 봐달라”며 “소상공인이 있어야 근로자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생업을 멈추고 상경했다며, 노동정책 논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송 회장은 “생업을 접어두고 상경한 소상공인들의 절규는 민생의 정당한 목소리”라며 “정부와 국회가 소상공인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현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더 큰 규모의 전국적 소상공인 총궐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와 별도로 최저임금위원회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제4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를 논의했고, 오는 11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의 집회는 노동권 확대와 영세 사업자의 지불 능력 사이의 충돌을 드러냈다. 정부와 국회가 노동 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하는 동안, 소상공인들은 같은 정책이 현장에서는 생존 비용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일하는 사람 기본법 논의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노동자 보호와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어떻게 함께 다룰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