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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주 급락에 코스피 8%대 폭락…반도체 랠리 급제동

주민지 기자 | 입력 26-06-08 09:32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인공지능 반도체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이어가던 국내 반도체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가 장 초반 8%대까지 밀렸고,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개장 직후 급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코스피는 장 초반 낙폭을 키우며 8000선 방어를 위협했고,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코스피 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할 경우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충격의 출발점은 미국 증시였다. 지난 5일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3% 급락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마이크론은 13% 넘게 떨어졌고, AMD와 마벨,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주도 동반 하락했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 상장 반도체주 시가총액이 약 1조3000억 달러 증발했다고 전했다.

나스닥도 큰 폭으로 밀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나스닥종합지수는 4.2% 하락했고, S&P500은 2.6% 떨어졌다. 미국 5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고, 기술주 고평가 부담과 맞물리며 매도세가 커졌다.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 랠리를 이끌었던 대형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기대를 바탕으로 지수를 끌어올려 왔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주 급락이 투자심리를 흔들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압력이 커졌다.

이미 국내 증시는 지난 5일에도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외국인 매도 영향으로 크게 흔들렸다. 당시 코스피는 5.54% 하락한 8160.59에 마감했고, 코스닥도 4.50% 내린 1002.44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1539.1원으로 올라 1540원에 근접했다.

이번 급락은 그동안 강하게 이어졌던 반도체 중심 랠리에 제동을 건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코스피 상승분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만큼, 이들 종목에 매도세가 몰리면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코스닥에서도 반도체 장비주와 성장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다만 이번 조정을 반도체 사이클 종료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는 반도체지수가 급락했지만 연초 이후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인공지능 수요 둔화보다는 과열된 기대와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단기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외환시장과 금리 변수다. 반도체주 차익실현이 외국인 주식 매도로 이어지면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진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1500원대 중후반까지 오른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경우 증시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당분간 미국 기술주 흐름과 외국인 수급,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실적 기대가 살아 있더라도 급등한 주가와 고환율, 금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도체 랠리는 올해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론 급락에서 시작된 미국 반도체주 매도세가 국내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상승장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해졌다. 코스피가 8000선을 지켜내고 반도체 대형주가 다시 수급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이번 주 증시의 첫 관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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