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식과 채권을 팔아 마련한 자금 3조7000억원가량이 주택 매입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5% 이상은 서울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 3구에 자금이 집중됐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4억9400만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사용됐다.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 출처를 밝히는 서류다. 규제지역 안의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의 실거래가 6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경우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쏠림이 뚜렷했다. 주식·채권을 팔아 마련한 주택 구입 자금 가운데 65.5%인 2조4396억3100만원이 서울 주택 매입에 투입됐다. 전국 주택시장으로 이동한 금융자산 매각대금의 3분의 2 가까이가 서울로 향한 셈이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 3구에 자금이 몰렸다. 강남구 주택 매입에 쓰인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3706억9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송파구는 3531억5100만원, 서초구는 2903억8200만원이었다. 고가주택 밀집 지역으로 금융자산을 현금화한 자금이 집중된 흐름이다.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입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5% 안팎에 머물렀다. 2020년 3.2%, 2021년 4.9%, 2022년 4.5%, 2023년 4.1%, 2024년 4.6%, 2025년 4.7%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흐름은 달라졌다. 1월 9.3%, 2월 1∼9일 9.3%, 2월 10∼28일 9.1%, 3월 9.8%로 이미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4월에는 13.2%까지 오르며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월 수치가 나뉜 것은 2월 10일 체결 계약분부터 가상자산 매각대금이 별도 신고 항목으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국내 증시 강세와 맞물려 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 서울 고가주택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과 부동산은 대표적인 자산시장으로, 투자자금이 수익률과 가격 기대에 따라 오가는 구조를 보인다.
특히 서울 고가주택은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안전자산 성격을 갖고 있다. 증시 상승으로 현금화 여력이 커진 투자자들이 강남권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고가주택 시장의 자금 유입도 두드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활용 규모가 가장 컸다. 올해 1∼4월 30대가 주택 매입에 사용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1조2592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40대는 1조1086억8100만원, 50대는 8022억1200만원이었다.
60대 이상은 4893억1500만원, 20대는 659억3500만원, 20대 미만은 1억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주식·채권 매각 자금이 중장년층뿐 아니라 30대 주택 매입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집계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거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전체 주택 거래를 모두 포괄하는 통계는 아니지만, 규제지역과 고가주택 거래에서 금융자산 매각대금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증시에서 얻은 수익이 다시 서울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주택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강남권 고가주택에 자금이 집중될 경우 지역별 가격 격차와 자산시장 쏠림 문제가 다시 커질 수 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시장 사이의 자금 이동을 정부가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주택시장 안정의 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