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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용대출 한도 1억원 제한…“빚투” 확산에 돈줄 조인다

박태민 기자 | 입력 26-06-12 09:54



은행권이 신용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빠르게 늘자, 은행들이 고액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비대면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은 고소득자에게도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연소득과 신용등급, 거래 실적에 따라 1억원을 넘는 신용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소득이 높더라도 한도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고액 연봉자도 연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을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취급과 자체 앱을 이용한 갈아타기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은행권이 신용대출을 조이는 배경에는 최근 주식시장 과열 우려가 있다.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출금이 생활자금보다 투자자금으로 흘러갈 경우, 증시 하락 때 가계 건전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최근 신용대출 증가 속도도 은행권의 경계감을 키웠다. 5월 신용대출은 5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월 말 39조원대에서 6월 들어 42조원대로 증가했다. 단기간에 대출 수요가 확대되자 은행들은 한도 축소와 취급 채널 제한으로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빠르게 늘어날 경우 전체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는 대출인 만큼 차주의 상환 능력과 금리 변동, 자산시장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다.

은행 입장에서도 신용대출 확대는 부담이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규모가 커지면 연체율 관리가 중요해진다. 최근처럼 증시가 급등한 뒤 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투자 손실이 개인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한도를 낮추는 이유다.

다만 신용대출 한도 제한은 실수요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활자금이나 긴급 자금, 기존 대출 갈아타기 수요까지 함께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대출과 비대면 갈아타기 대출이 중단되면 금리 비교와 대환을 통해 이자 부담을 낮추려던 차주들의 선택지도 줄어든다.

은행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보며 대출 관리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 제한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대출 증가세가 진정되면 일부 비대면 상품 취급이 다시 열릴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은행권이 주식시장 흐름과 가계대출 관리를 함께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용대출이 투자자금으로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지면 금융권의 관리 기준도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차주들은 투자 목적 대출과 생활자금 대출을 구분해 상환 부담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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