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혁신위원회가 간호·간병 부담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정부에 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생 장기화로 의료 수요 구조가 바뀐 만큼, 병원 입원부터 퇴원 후 재택 돌봄,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이어지는 기본의료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의료혁신위는 2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7차 회의를 열고 “간호·간병 개선을 위한 대정부 권고안”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개선을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간병을 가족과 개인 비용에 맡기는 현행 구조로는 고령 입원환자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병원에서 가정까지 이어지는 간호·간병 제공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고안은 급성기 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기존 병동 단위에서 병원 단위 모델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특히 비수도권 국공립병원부터 우선 적용해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환자 중증도에 따라 간호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율은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지방 환자의 이용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치료역량에 따라 기능을 나누고, 중증환자 치료 역량이 있는 기관부터 간병 급여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단순 돌봄 중심 기관과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를 담당하는 기관을 구분해야 건강보험 재정 투입의 기준도 분명해진다는 판단이다. 퇴원 이후에는 가정간호와 방문간호를 묶은 재택간호체계를 구축해 병원 밖 돌봄 공백을 줄이는 방향이 제안됐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체계 개편의 핵심은 “산모 등록제”다. 모든 임산부가 거주지 인근 산전진찰 의료기관에서 위험도 평가를 받고, 임신 기간 동안 상태 변화를 주기적으로 다시 평가받는 방식이다. 산전진찰 병원이 사실상 산모 주치의 역할을 맡고, 분만 예정 병원과 정보를 공유해 출산 전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구조다.
위원회는 고위험 산모의 경우 중증모자의료센터와 권역모자의료센터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전원전담팀을 통해 이송과 전원이 지체되지 않도록 하고, 산전진찰 병원과 분만 병원, 상급 의료기관 사이의 정보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출생아 수는 줄었지만 고령 산모와 다태아 비율은 늘고 있어 분만 인프라 축소와 고위험 진료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다.
회의장에서는 간호·간병과 모자의료를 따로 떨어진 정책이 아니라 생애 전 주기의 기본의료 문제로 봐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간병비 부담은 노년기 의료 접근성을 흔들고, 고위험 산모 진료 공백은 출산 안전망을 약화시킨다. 위원회가 건강보험 수가 조정뿐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 국가재정 투입을 함께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은 “중요하고 시급한 분야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했다”며 향후 필요한 분야의 권고와 기존 권고안 이행 상황 점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정부가 곧바로 시행하는 확정 정책은 아니다. 다만 간병비와 분만 인프라 문제가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국가가 어디까지 돌봄과 출산 안전망을 책임질 것인지가 다음 논의의 기준으로 남게 됐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