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간호사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병원 내 악습, 이른바 '태움'으로 고통받던 20대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퇴사 뒤 노동당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고 일부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병원 징계는 가해자 1명에 대한 훈계에 그쳤다.
고 강수빈 씨는 3년 전 간호사의 꿈을 안고 병원에 입사했다.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밝고 살가운 막내딸이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뒤 선배 간호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강 씨는 동료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살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퇴근 뒤 방에서 어머니에게 이 일을 털어놓으며 크게 울었다고 한다.
강 씨가 남긴 일기장에는 당시의 고통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는 "인사를 안 받는다", "하루하루 지옥 같다", "그만두면 월세를 못 낸다. 그 지옥으로 계속 뛰어들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강 씨는 버티려 했다. 어머니에게 "내가 좀 더 열심히 하고 선배에게 살갑게 굴면 달라지지 않겠느냐", "좀 더 참아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괴롭힘은 계속됐고, 강 씨는 지난해 4월 병원을 그만뒀다. 이후 노동부에 진정을 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일부 있었다는 판단을 받았다. 강 씨는 가해자로 3명을 지목했지만, 노동당국은 이 가운데 1명에 대해서만 괴롭힘을 인정했다.
병원의 징계는 약했다. 인정된 가해자 1명에게 내려진 조치는 '훈계'였다. 나머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도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강 씨는 이달 초 세상을 떠났다.
병원 측은 "부서 이동을 제안했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다"며 "노동부 시정지시 내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태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이후 간호사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강화돼 왔다. 사용자 책임과 가해자 처벌 근거도 마련됐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신고 뒤 보복을 우려하거나, 조직 안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가 쉽게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이번 사건은 제도는 강화됐지만 현장의 괴롭힘을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여전히 충분한지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