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과정이 중증 교통사고 환자의 재활치료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실제 기능이 개선된 환자에게도 보험사가 진료비 분쟁 심의를 제기하면서 치료 지속 여부가 비용 판단에 좌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아이엠재활병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A씨는 팔다리 마비와 떨림, 협동운동장애를 겪었다.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자 의료진은 낮 동안 집중치료를 받고 저녁에 귀가하는 낮병동 방식을 적용했다.
치료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식사와 이동, 옷 입기 등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한국형 바델지수는 68점에서 91점으로 올랐다. 혼자 수행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늘고 신체 기능도 개선됐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문제는 기능 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보험사가 진료비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A씨의 치료비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 판단에 넘겼다. 병원은 이 절차가 진료비 삭감으로 이어질 경우 현재의 집중 재활치료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봉식 아이엠재활병원장은 중증 환자 치료와 보험 재정 관리가 같은 기준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고 초기부터 일정 기간 집중 재활이 필요한 뇌손상 환자까지 반복적인 심의 대상에 포함되면 의료기관이 치료 강도를 낮추거나 입원 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경증 환자의 장기치료와 일부 비급여 진료에 집중돼 왔다. 의료계는 이 과정에서 강화된 심사 기준이 중증 외상 환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 치료 필요성보다 비용 절감이 앞설 경우 회복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 원장은 자동차보험 지출 증가의 원인을 중증 재활치료에서 찾는 방식도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경증 환자 중심의 일부 진료비 증가 문제를 통제하지 못한 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용부터 줄이는 것은 심사체계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료비 삭감은 병원 수입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기관이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면 치료 횟수를 줄이거나 퇴원을 권고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 부담은 환자와 가족에게 넘어간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과 척수손상은 치료 공백 이후 기능을 다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장기입원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 측은 정부에 자동차보험 심사체계 개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중증도와 실제 기능 회복 정도를 반영해 재활치료 필요성을 판단하고, 보험사의 심의 제소에도 구체적인 기준을 두라는 취지다.
이번 사안에 대한 보험사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의 구체적인 설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치료 성과가 확인된 환자에게도 비용 심사를 이유로 재활을 줄일 수 있는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인지가 남은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