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후원자가 부담한 조사비 가운데 일부는 오 시장을 위해 제공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후보 경쟁력과 단일화 가능성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실제로 전달받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명 씨 측과 조사 문항과 일정 등을 주고받은 과정도 오 시장의 의뢰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쟁점이 됐던 조사비 대납에 대해서도 오 시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후원자 김한정 씨가 명 씨 측에 지급한 돈 가운데 2100만원을 오 시장의 정치활동을 위해 부담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인정했다. 해당 금액은 정치자금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가 제공한 정치자금이라는 판단이다.
오 시장은 재판 과정에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명 씨가 일방적으로 조사를 실시했고, 김 씨의 금전 지급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 시장과 캠프 관계자, 명 씨 측 사이의 연락 내용과 여론조사 결과 전달 과정, 후원자의 비용 지급 경위를 종합하면 명시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비용 대납에 대한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치활동과 직접 관련된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에게 부담하게 한 행위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책임을 회피한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3300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모두 10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뒤 후원자에게 비용을 지급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 선출직 공직자는 직을 상실한다. 이날 판결은 1심 판단이어서 오 시장은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서울시장직을 유지한다.
오 시장 측이 항소할 경우 상급심에서는 명 씨의 여론조사가 실제로 오 시장의 의뢰에 따라 이뤄졌는지와 후원자의 비용 지급을 오 시장이 지시하거나 용인했는지가 다시 다뤄진다. 1심이 정치자금으로 인정한 2100만원의 성격과 오 시장의 관여 정도가 시장직 유지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