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사건에서 압수한 고가 와인을 진열용 가짜 병으로 바꿔 빼돌려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세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 2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처분하려 한 와인 379병은 시가 5억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24일 서울세관 팀장급 6급 특사경 A씨와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와 사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3년 8월 와인업계 종사자 C씨에게 밀수품으로 압수된 와인을 폐기하기 전 "더미 보틀"로 바꿔치기해 넘겨주겠다고 제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와인을 판매해 얻을 수익을 내세우며 검사와 세관 창고 관계자에게 전달할 로비 자금 명목으로 현금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빼돌리려 한 와인은 모두 379병으로 시가는 약 5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는 한 병 가격이 3600만원 상당인 제품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와인 바꿔치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범행 계획이 무산된 계기는 검찰의 압수물 처분 지휘였다. 특사경은 압수한 와인 전량에 대한 폐기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379병 가운데 363병과 관련된 밀수 행위의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해 압수 대상자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이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와인은 16병만 남았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예상했던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같은 해 12월 C씨에게 추가로 4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와인을 빼돌려주고 밀수 신고 포상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명목이었다. C씨는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금품 요구까지 받자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별도의 관세포탈 사건에서도 포상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동료 세관 공무원에게 전달받은 밀수 정보를 자신의 여동생이 제보한 것처럼 신고서를 작성한 뒤 포상금 지급을 신청해 7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세관 공무원이 직접 밀수 신고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 제보자를 내세운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경찰에 두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A씨와 B씨의 공모 관계와 금품수수 경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보완수사를 진행하면서 두 사람은 지난 6월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특사경 수사와 압수물 처분 과정에 대한 외부 통제가 필요한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이는 검찰이 밝힌 수사 결과와 공소사실로, 두 사람의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재판에서는 실제 금품의 성격과 대가성, 와인 바꿔치기 계획에 대한 두 피고인의 공모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