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생산 역량과 산업 현장을 결합한 한국형 인공지능(AI) 전략을 제시했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도체 공급부터 제조·도시·물류 현장의 실증까지 맡는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발표된 대규모 투자계획을 언급하며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반도체를 생산하는 다극 생산거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생태계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세계적 AI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을 AI 기술의 실증무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AI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나라가 돼 세계가 함께 성장할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며 제조공장과 도시, 물류 현장 등에서 AI를 실제로 시험하고 활용하는 글로벌 테스트베드이자 생산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AI의 책임성과 포용성도 선언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2026년 1월부터 AI 기본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의 성과에서 국민이 소외되지 않는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은 공급망 구축, 글로벌 테스트베드 조성, 국제 협력 확대, AI 기본사회 구현 등 네 가지 비전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기업인을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서밋에 앞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잇달아 만나 한국 기업과의 투자·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와 SK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협력 규모가 5,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즉시 집행되는 단일 투자액이 아니라 양사가 추진할 사업 파트너십의 전체 규모로 제시된 수치다.
황 CEO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칩 및 메모리 설계 분야에서 협력하고 네이버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로보틱스, LG그룹과는 산업·가전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을 공개했다.
샘 올트먼 CEO는 한국을 세계 AI 산업에서 중요한 국가로 평가했고, 혹 탄 CEO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 및 고대역폭메모리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AI 허브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날 논의된 투자와 협력 계획이 구체적인 계약, 국내 생산시설 확충, 지역 일자리와 기술 이전으로 연결되는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