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합수본은 일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되는 거소투표 예정자 수를 실제보다 크게 산정한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에서 확보한 전산자료와 내부 보고 문건, 관계자들의 업무 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투표자 수와 거소투표 예정자 통계가 입력·수정된 시점과 해당 수치를 승인한 실무자 및 책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를 비롯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기다리거나 투표가 지연된 사태에서 출발했다. 합수본은 선거인 수에서 거소투표 예정자 수를 제외해 투표용지 인쇄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초 통계가 잘못 입력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지역의 거소투표 예정자 수를 실제 확정 인원보다 과다하게 집계한 정황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잠실4동의 실제 거소투표 예정자는 20명 안팎이었지만 선관위 내부 자료에는 1500명을 넘는 수치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계가 투표용지 인쇄량 감소로 이어졌는지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합수본은 단순 입력 실수인지, 담당자가 수치를 임의로 변경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전산 접속 기록과 수정 이력도 확보하고 있다. 통계가 변경된 뒤 상급 기관에 어떤 방식으로 보고됐는지, 오류를 발견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관계자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합수본은 지난달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 등에서 회의록과 투표용지 인쇄계획서 등을 확보했다. 이후 서울시·송파구선관위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실무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업무 과정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투표용지 부족 사실이 현장과 상급기관에 보고된 시점도 재구성하고 있다. 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신고가 잇따랐지만 대응이 늦어지면서 대체 용지가 제때 공급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 관리관이 빈 투표용지 상자나 관련 자료를 폐기한 경위도 별도로 조사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수사 내용은 거소투표 예정자 통계의 과다 산정과 선거 관리 부실 여부에 집중돼 있다. 실제 투표 결과나 개표 수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합수본은 통계 오류가 고의로 만들어졌는지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를 구분해 수사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들의 통계 입력 행위가 단순 과실로 결론 날 경우 선거관리 부실에 대한 행정적 책임이 중심이 된다. 반대로 수치를 의도적으로 바꾸거나 오류를 알고도 방치한 정황이 드러나면 형사책임과 함께 상급자 보고·승인 과정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투표용지 부족을 낳은 숫자가 누구의 판단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이번 압수수색의 핵심 쟁점이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