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후반기 의정활동에 들어가면서 의료기사 업무 범위와 건강보험 재정, 비급여 관리,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 문제가 주요 입법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반기 국회를 달군 의대 정원 확대와 간호법 제정에 이어 보건의료 직역 간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들이 복지위 심사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복지위는 지난달 29일 후반기 첫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을 여야 간사로 각각 선임했다. 위원장은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맡았다.
의료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안은 의료기사 업무 수행 기준을 바꾸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현행법은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은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외에 "처방 또는 의뢰"에 따라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가 검사나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한 뒤 구체적인 업무는 의료기사가 전문 영역에 따라 수행하도록 법적 근거를 넓히자는 취지다.
의료기사 단체들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확대되면서 방문 채혈과 방문 영상검사 등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행 지도 규정이 의료현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의사가 현장에 동행하지 않으면 의료기사의 방문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의료기사법의 업무 기준을 먼저 개정한 뒤 별도의 방사선사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도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방문 채혈과 검체 채취를 허용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의사단체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률상 "지도"를 "처방 또는 의뢰"로 완화하면 의사의 감독 범위가 줄고 의료기사가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방한 의사와 실제 행위를 수행한 의료기사 가운데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쟁점으로 제시한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 이후 각 직역에서 개별법 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의료기사 단독법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성분명 처방과 비대면 진료 등 기존 현안까지 맞물리면 직역 간 업무 범위를 둘러싼 충돌은 복지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도 후반기 복지위가 다룰 핵심 사안이다. 비상진료체계 유지 등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 가운데 중장기 재정수지와 보험료율 조정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가입자 부담이 커지고, 부과체계를 손질하면 소득·재산 유형에 따라 부담이 달라져 논의가 쉽지 않다.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둘러싼 "서민 증세" 논란 속에 취소됐다. 정부는 이달 말 건정심을 다시 열어 부과체계 개편안과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의 일정과 상정 안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담배 유해성분 정보 공개를 계기로 담뱃값 문제가 국회에서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담배 제조·수입업자가 제출한 검사 결과를 심의해 유해성분 정보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공식 정책 과제로 제시하지 않은 만큼 재원 확충 방안과 실제 가격 인상 추진은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비급여 관리 강화도 국정감사와 입법 심사의 주요 의제로 꼽힌다. 정부는 도수치료 등 과잉 이용 우려가 제기된 비급여 항목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의 진료 선택권이 줄고 의료기관의 비급여 가격을 사실상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의 적용 방식이 핵심 쟁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건정심에서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의결했다.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4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정부는 기등재 의약품의 등재 시점에 따라 대상을 나눠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각각 49%와 47%의 특례 약가를 일정 기간 적용한다.
국내 중소 제약사들은 제네릭 판매 수익이 줄면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에 투자할 재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건강보험 약품비를 줄이면서도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기반을 유지하려면 인하 대상과 시기, 기업별 지원 기준을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관련 예산 편성, 국립중앙의료원·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의 역할 조정,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가당음료 부담금,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마련도 후반기 복지위 현안으로 거론된다.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 건강보험 부담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후반기 복지위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충돌 지점으로 남았다.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