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이 700억 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된 건설회사 회장을 상대로 허위 인맥을 내세워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주겠다고 속여 12억 원 상당의 금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청 차장 A씨와 전직 경찰관 B씨에게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5억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으며,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벤츠 승용차 1대를 몰수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현직 검사와 판사, 정치권 인사 등과의 친분이 있는 것처럼 허위 인맥을 과시하며 피해자에게 "합의금 600억 원을 받아주겠다"고 접근한 뒤 로비 자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이들의 말을 믿고 현금 10억 원과 약 2억 6,500만 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건넸으며, 총 피해 규모는 12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범죄수익 사용 내역도 드러났다. A씨는 편취한 현금으로 예술품 등을 구입했고, B씨는 고가의 골프 회원권을 구매하는 한편 벤츠 차량을 직접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피고인이 허위 인맥을 이용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했으며, 범행 이후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맞고소를 계획하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는 압수수색 당시 가족을 통해 휴대전화를 빼돌려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영장실질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가 골프장에서 검거된 사실 등을 들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벤츠 차량은 B씨의 범죄수익으로 인정돼 몰수를 명령했으며, 현금 10억 원은 두 피고인의 실제 취득액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각각 5억 원씩 균등하게 추징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전직 수사기관 고위 간부의 사회적 신뢰를 악용한 사기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물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