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코스피가 28일 개장 직후 5% 넘게 떨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하며 코스피 6400선도 무너졌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되자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발동 기간 프로그램매매의 매도호가만 일시적으로 제한되며 일반 주식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7% 오른 6755.75에 마감한 지 하루 만에 방향을 바꿨다. 28일 개장 직후 하락 폭이 5%를 넘으면서 6400선 아래까지 밀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낙폭이 확대돼 오전 9시 17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코스닥 사이드카 관련 보도
지수 하락은 반도체 대형주가 주도했다. 오전 9시 12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28% 내린 23만5500원, SK하이닉스는 9.14% 하락한 165만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 지분 가치에 영향을 받는 SK스퀘어도 9%대 약세를 나타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가 4.99% 떨어졌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도 5.8%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18% 내린 2만4932.08로 마감했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가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기업공개 추진과 생산능력 확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과 설비투자 확대가 D램 시장의 공급 경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반영됐다.
다만 CXMT의 증설이 곧바로 글로벌 D램 공급과잉으로 이어질지는 시장의 평가가 엇갈린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중국 업체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이에 공정 기술과 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 격차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는 최근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가 반복적으로 발동할 만큼 장중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반도체 종목의 높은 지수 비중과 프로그램 매매가 맞물리면서 일부 대형주의 등락이 시장 전체를 크게 흔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반도체주 매매 동향,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지수의 추가 하락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장 초반 낙폭이 확대된 만큼 프로그램매매 정지 해제 이후 수급이 안정되는지가 남은 거래시간의 관건이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