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줄이기 위해 CT와 MRI 중복검사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재촬영까지 규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CT·MRI 중복검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5년 CT 검사를 받은 뒤 30일 이내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긴 환자 가운데 26.8%(25만3438명)가 동일 부위를 다시 촬영했다. MRI도 전원 환자의 13.8%(3만944명)가 같은 질환으로 재촬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한 급여비는 모두 650억5000만원에 달했다. CT 재촬영 비용은 491억5000만원, MRI는 159억원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오는 12월부터 의료기관이 환자의 CT·MRI 촬영 이력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의료기관 간 기존 영상을 공유하는 영상정보공유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일정 기간 내 동일 부위 재촬영을 관리하거나 기존 영상을 활용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영상의학회는 재촬영 사례를 모두 불필요한 중복검사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상태 변화 확인이나 치료 경과를 살피기 위한 추적검사, 화질 불량이나 검사 부위 누락으로 시행하는 추가검사는 환자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검사라는 것이다.
학회는 재촬영을 무관검사, 추적검사, 중복검사, 추가검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진료비 청구 단계에서 재촬영 사유 코드를 의무적으로 입력하도록 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와 불필요한 재검사를 구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기관 간 영상 공유를 활성화하고 객관적인 화질 관리 기준을 도입하면 불량 영상으로 인한 재촬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 전원 시 외부 영상을 저장·관리하는 비용을 보상하는 별도 수가도 신설해 불필요한 재판독과 재촬영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상의학계는 정책의 목표가 재촬영 건수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의학적 필요성이 없는 재검사만 선별적으로 줄이면서 필요한 영상검사는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될지가 정부 대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