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간부 2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송파구 관내 서로 다른 투표소에서 동일한 일련번호가 적힌 투표지가 사용된 정황도 확인돼 투표용지 관리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8일 송파구선관위 선거담당관과 선거1계장을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송파구선관위 주무관 1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두 간부는 앞선 조사에서는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합수본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 보고·대응 과정을 확인하면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합수본은 이들이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추가 투표용지 공급과 일련번호 관리 과정에서 직무상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관련 보도]
합수본은 송파구 관내 투표소 두 곳에서 같은 일련번호가 기입된 투표지가 각각 사용된 사실도 확인했다. 한 투표소에서 특정 번호를 수기로 적은 투표지가 사용됐는데, 다른 투표소에서도 동일한 번호가 기입된 투표지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에 대비해 일련번호가 없는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3% 안팎으로 준비할 수 있다. 본투표 당일 송파구선관위는 서울시선관위로부터 일련번호를 받아 무번호 투표용지에 기기 또는 수기로 번호를 입력해 각 투표소에 공급했다.
그러나 대규모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추가 투표용지에 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과정에 공백이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일정한 기준 없이 숫자를 나열해 적거나 일련번호란을 비워둔 투표지가 사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다만 동일한 일련번호의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중복투표나 개표 결과 조작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합수본은 해당 투표지의 발급과 배부, 실제 사용 경로를 추적해 같은 번호가 적힌 경위와 선거 절차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
합수본은 투표율 통계 허위 입력 의혹과 관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도 이어간다.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경기 지역의 한 투표소에서 수백 명으로 기록돼야 할 투표자 수가 수천 명으로 잘못 입력되자, 실무진이 상부 보고와 결재 없이 초과 인원을 다른 투표소에 나눠 입력해 오류를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현재까지 합수본은 경기 지역 2곳과 충청 지역 1곳 등 모두 3곳에서 허위 입력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잘못된 수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보고·승인 절차가 지켜졌는지, 관련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부부 동반 해외 출장과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된다. 합수본은 이날 중앙선관위 관계자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출장 기획과 승인, 비용 집행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송파구선관위 간부들에게 실제 직무유기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투표용지 부족을 사전에 인식했는지, 이를 해결할 권한과 의무가 있었는지, 정당한 이유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