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에 집중되는 수사 부담을 점검하고 범죄 피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범죄 통계를 월별로 분석해 수사 공백 여부를 살필 수 있는 자료도 함께 보고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최근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 부분이 수사 문제"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어쨌든 경찰의 책임이 많이 커지지 않았느냐"며 "범죄 피해가 확대되지 않을지, 범죄 피해의 구제나 진상규명, 범인 체포와 처벌이 잘될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 범죄 피해에 어떻게 대응할지, 국민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정리해 적정한 시기에 대책을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유 직무대행은 관련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범죄 발생 추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범죄 통계를 월별 그래프로 작성해 분석하도록 했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 이후 범죄 발생과 검거,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를 수치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권한만 남겼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에도 검사가 직접 부족한 부분을 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부실수사나 사건 처리 지연을 막을 장치가 충분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경찰은 수사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전담 대응체계와 수사 인력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검사와 경찰이 사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될 경우 피해자 구제와 피의자 처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이날 대통령의 지시는 경찰의 권한 확대보다 피해자 보호와 범죄 대응 성과를 중심으로 준비 상황을 다시 점검하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관련 국무회의 발언 보도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란봉투법상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규정이나 기준으로 명확하게 제시하라고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의한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명확한 규정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해석과 법률이 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행정해석은 정부의 의견에 그칠 수 있는 만큼 현장에서 판단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장 신설과 같은 경영상 결정도 사례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어디에 공장을 만든다는 등의 경영상 결정에 대해 노조가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런 것을 명확히 규정해달라는 것"이라며 "명백한 것들은 기준을 명시해달라는 요구에 일리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까지 넓혔다. 기업들은 투자와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어느 범위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제시할 기준은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경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범정부 자살 예방 대책을 보고받는 과정에서는 과도한 채무와 추심 문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해결할 수 없는 채무는 정리하는 것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회 모두에게 좋다"며 상환이 불가능한 부채를 조정하고 채무자가 다시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빚을 못 갚는 것은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잘못이지만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빌려준 채권자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 최근의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금융회사가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을 무조건 매각해 장기간 추심으로 이어지게 하는 관행도 점검하라고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수사권 개편과 노동쟁의 기준, 채무조정처럼 법률 개정만으로 현장의 혼선을 막기 어려운 사안이 잇따라 다뤄졌다. 경찰이 내놓을 범죄 대응책이 사건 처리 지연과 피해자 구제 공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일지, 노동부가 제시할 쟁의 기준이 노사 현장에서 실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할지가 남은 쟁점이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