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일 공개된 시간대별 투표자 수와 개표를 거쳐 확정된 최종 투표자 수가 전국 1971개 읍·면·동에서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수백 명이 줄거나 늘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거관리시스템 입력과 수정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에 제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자 수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3558개 읍·면·동 가운데 1971곳에서 시간대별 집계와 최종 집계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다. 100명 이상 차이가 난 곳은 서울과 경기, 부산, 전북, 충남, 강원, 경북 등 29곳이다. 관련 보도
차이가 가장 컸던 곳 가운데 하나는 경기 안성시 공도읍 제4투표소다. 선거 당일 오후 6시 투표자 수는 2105명으로 입력됐지만 최종 투표자 수는 1494명이었다. 마감 시점에 공개된 수치보다 611명, 29%가 줄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 제1투표소에서도 오후 6시 1358명이던 투표자 수가 최종 집계에서 1042명으로 감소했다. 차이는 316명이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4동 제2투표소는 916명에서 683명으로 233명이 줄었다.
반대로 최종 투표자 수가 마감 시점 집계보다 늘어난 지역도 확인됐다. 부산 수영구 광안1동은 오후 6시 기준 7137명이었으나 최종 집계에서는 7922명으로 증가했다. 두 수치의 차이는 785명으로, 오후 6시 집계의 11%에 해당한다.
광안1동 제2투표소부터 제5투표소까지는 오후 5시와 6시 투표자 수가 같았다. 마지막 한 시간 동안 투표자가 한 명도 늘지 않은 것으로 입력됐다가 최종 집계 과정에서 전체 투표자 수가 800명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경기 평택시 비전1동에서는 여러 투표소의 최종 투표자 수가 오후 6시 집계보다 각각 100명 안팎 증가해 전체 차이가 348명에 달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2동 제7투표소는 968명에서 1132명으로 164명 늘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개포2동과 송파구 가락2동에서도 최종 투표자 수가 오후 6시 집계보다 각각 147명과 98명 많았다. 같은 송파구의 거여2동에서는 최종 투표자 수가 102명 감소했다.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각 투표소의 투표관리관이 수작업으로 확인해 보고하면 관할 선관위가 전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용지 교부 수와 잔여 수량 등을 확인해 잠정 수치를 정리한다. 최종 투표자 수는 개표 과정에서 확인된 투표지 수를 토대로 확정된다.
이 때문에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잠정 통계이며 오입력이나 중복 집계, 보고 누락으로 최종 수치와 차이가 날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시간대별 수치와 최종 투표자 수의 차이 자체가 곧 투표 결과 조작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투표자 수 입력을 수정할 때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상급 선관위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선거 당일 전국 56개 구·시·군 선관위가 모두 72건의 수정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정 사유는 "기재 누락"이나 "투표자 수 변경" 등으로만 적혀 정확한 발생 경위가 드러나지 않았다. 투표자 수 수정 내역 보도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거 종료 이후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개표시스템에 다시 접속한 기록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합수본은 오입력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정해진 승인 절차를 지켰는지, 실제 수치와 다른 내용을 입력하거나 시간대별 수치를 임의로 나눠 반영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 투표지나 후보자별 득표수가 조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수사의 초점도 잠정 투표자 수를 입력하고 수정한 과정에서 허위 입력이나 절차 위반이 있었는지에 맞춰져 있다.
시간대별 투표율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와 정당·후보 캠프의 막판 투표 독려에 활용되는 공식 지표다. 전국 곳곳에서 수백 명 규모의 차이가 발생하고 수정 기록마저 불분명했던 만큼, 각 수치가 언제 누구에 의해 바뀌었고 최종 개표 결과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투표소별 기록으로 밝히는 일이 남았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