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일반직 공무원들이 경찰 조직의 수사·치안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일반직 국가공무원 비율을 현재 약 4%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수사권 확대에 맞춰 외부 통제장치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업무 배분과 의사결정 구조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경찰개혁 관련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경찰은 현장으로, 행정은 일반직 국가공무원에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경찰 조직의 역할 전문화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일반직 공무원 확대와 내부 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찰 조직에는 경찰관 약 13만명과 일반직 국가공무원 약 6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반직은 전체 인력의 약 4%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이 6급 이하에 머물러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일반직 공무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20%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관과 일반직 공무원이 담당할 업무를 명확하게 나눠 조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관은 수사와 범죄예방, 생활안전, 경비, 재난 대응 등 현장 업무뿐 아니라 행정과 기술 분야까지 폭넓게 맡고 있다. 반면 일반직 공무원은 인사와 예산, 회계, 정보통신, 시설, 장비 등 경찰 행정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는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노조는 경찰관을 민생치안과 수사 등 현장 업무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행정·기술 분야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일반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무 영역을 분리하면 경찰관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각 분야의 책임 소재도 분명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노조는 예산과 감사, 감찰 등 조직 운영 분야에 일반직 공무원의 참여를 늘려 특정 직종에 권한과 의사결정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책임이 확대되는 상황을 이번 요구의 배경으로 들었다. 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이 수사와 치안을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비하려면 행정 업무를 분담할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현재 경찰개혁 논의가 국가경찰위원회 산하 민간 조사기구 설치와 경찰 수사심의위원회 법제화 등 외부 통제장치 마련에 집중돼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제도와 별개로 조직 내부에서 권한을 어떻게 나누고 누가 업무 결과에 책임질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직 비율을 20%까지 확대하려면 대규모 인력 충원과 직제 개편,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경찰관이 맡아온 행정·기술 업무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일반직으로 이관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이번 요구는 노조가 정부에 제안한 단계로, 일반직 비율 확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찰 조직의 업무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현장 인력을 실제로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일반직의 정책 결정 참여와 내부 통제 권한을 어디까지 보장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 쟁점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