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부산지방항공청을 상대로 추가 강제수사에 나섰다. 무안국제공항 시설의 설치와 관리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11일 오전 9시부터 세 기관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할 자료가 필요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앞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의심 사항과 관련 기관의 업무 처리 내용을 대조하기 위한 절차다. 특별수사단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시설 설치와 관리·감독에 관여한 관계자들의 진술도 다시 살펴볼 방침이다.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와 확보 대상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별수사단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어느 기관이나 관계자의 어떤 행위를 문제 삼고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참사 당시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시설을 둘러싼 책임 소재를 수사해 왔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때 착륙 방향을 안내하는 항행안전시설이다. 무안공항에서는 관련 장비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돼 있었고, 활주로를 벗어난 사고 여객기가 이 시설과 충돌한 뒤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수사 대상이 된 기관들은 무안공항의 시설 조성 및 운영과 안전관리 업무에 관여해 왔다. 국토부는 공항과 항행안전시설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국제공항을 운영한다. 부산지방항공청은 관할 공항시설의 인허가와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한다.
특별수사단은 각 기관이 로컬라이저 시설과 관련된 업무를 어떤 절차로 처리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의 설치와 개량, 점검 과정에서 위험 요소가 보고됐는지와 관계기관이 이에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가 수사의 주요 확인 대상이다.
사고는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발생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보잉 737-800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한 뒤 활주로 밖으로 이탈해 로컬라이저 구조물과 충돌했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고 승무원 2명이 구조됐다.
참사 원인은 한 가지로 확정되지 않았다. 조류 충돌과 기체 상태, 착륙 과정, 공항시설의 구조와 안전성 등이 함께 조사되고 있다. 경찰 수사는 이 가운데 관계기관과 실무자들이 사고를 막기 위해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관계자의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뿐 아니라 해당 행위와 사망·부상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입증해야 한다. 시설이 관련 기준에 어긋났는지만으로 형사책임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수사단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기존 수사기록과 비교한 뒤 관련자들의 업무 범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할 예정이다. 로컬라이저 구조물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식할 수 있었는지, 개선이나 보완을 요구할 기회가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보고와 조치가 이뤄졌는지가 기관별 책임을 가를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