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올해 1분기 들어 수입보다 4조원 가까이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연간 흑자 규모가 최근 2년 연속 급감한 데 이어 분기 수지마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재정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건강보험 재정 수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수입은 현금흐름 기준 22조441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지출은 26조3405억원으로 수입을 3조8989억원 웃돌았다. 건강보험공단 제출자료 관련 보도
누적 수지도 줄었다. 지난해 말 30조2217억원이던 누적 수지는 올해 3월 말 26조3228억원으로 감소했다. 1분기에 발생한 당기수지 적자 규모만큼 건강보험 적립금이 줄어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21년에는 2조8229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2022년 3조6291억원에 이어 2023년에는 4조1276억원까지 흑자 폭이 확대됐다.
흐름이 달라진 것은 2024년부터다. 2024년 당기수지 흑자는 1조7244억원으로 전년의 절반 아래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4996억원까지 축소됐다. 2023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 연간 흑자 규모가 3조6280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2021년부터 이어진 연간 흑자 기록이 이미 끝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험료 수입과 국고지원금 유입 시기,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 변동 등에 따라 분기별 재정 수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적자 여부는 올해 전체 수입과 지출 결산을 거쳐 확정된다.
다만 정부는 이번 수치가 나오기 전부터 2026년을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전환 시점으로 잡았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2월 마련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올해부터 당기수지 적자가 시작될 것이라는 추계가 담겼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검토회의에 사용된 자료도 올해 적자 전환 이후 당분간 적자가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재정 지출에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다. 필수의료 보상 확대와 지역 의료기관 지원에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보험료 수입은 임금과 고용, 자영업 경기 등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지며, 정부가 검토하는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 개편도 가입자별 부담과 전체 수입을 바꾸는 요인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 증가와 보험료를 부담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도 장기적인 재정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의료비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가 이어지면 누적 수지 26조원만으로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경제 여건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보건·의료 환경과 건강보험 정책 변화에 따라 재정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변화가 수입과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실제 재정 실적을 반영해 추계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수지가 적자로 확정되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0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필수의료 투자를 이어가면서 보험료 인상과 급여 지출 조정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지가 건강보험 재정 운용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