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청와대가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권력구조 개편의 유력한 방향으로 제시했다. 다만 내각제나 특정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식 개헌안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며 국회 주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하고 중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언급한 4년 중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대신 한 차례 더 선출될 수 있도록 해 최대 8년까지 재임할 수 있게 하는 권력구조다. 재선 도전을 통해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게 하고, 단임제에서 나타나는 임기 후반의 국정 동력 약화 문제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청와대는 중임제 도입과 함께 국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 임기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입법부와 나누는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회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화할지,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 등 세부적인 권력 배분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중임제 대통령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므로 내각제는 아니다"라며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특정해 지칭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입장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의 비공개 골프 회동에서 개헌 문제가 논의됐다고 공개한 뒤 나왔다. 김 의원은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을 거론하자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비공개 일정의 존재 여부나 당시 대화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이번 설명 역시 골프 회동에서 나온 발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 온 개헌 관련 원칙을 다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 추진의 주체로는 국회를 지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은 국회의 20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헌은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이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인 만큼 최소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국회 의결 이후에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해 여야 합의뿐 아니라 국민적 동의도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허용을 위한 개헌이 개헌안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4년 중임제 개헌만으로 이 대통령이 추가 임기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 임기 단축과 새 헌법 시행 시점은 별도로 정치권이 합의해야 할 사안이다.
청와대가 4년 중임제와 국회 권한 강화를 함께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권력 배분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어떤 권한을 국회로 넘길 것인지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조정 여부가 향후 개헌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남게 됐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