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를 마치고 문을 연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에 힘입어 장중 7200선을 회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미국 장기금리와 국제유가가 다시 뛰고 있어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18일 오전 9시 40분께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4.94포인트(3.22%) 오른 7202.88을 기록했다. 지수는 7127.77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워 장중 7216.62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장중 72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중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이 상승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시각 전 거래일보다 3.73% 오른 28만4750원에 거래되며 28만원선을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장 초반 170만원선에 근접하며 강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이들의 주가 상승이 코스피를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번 반등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외국인 매수세와 맞물려 있다. 코스피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한 주 동안 11.49%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전주보다 719.17포인트 상승한 6977.94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8375억원을 순매수했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를 2조4476억원, 삼성전자를 2조290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초 코스닥시장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다시 코스피 반도체 대형주로 돌아오면서 지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지속성을 둘러싼 우려가 일부 완화된 점도 반도체주에 힘을 보탰다. 미국 AI 클라우드와 서버 기업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설비투자 계획을 확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되살아났다.
다만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14일 코스피와 코스피200지수는 각각 2.42%, 2.51% 상승했지만 코스피200 제외 지수는 1.73%, 소형주지수는 1.39% 오르는 데 그쳤다. 지수 상승률과 개별 종목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상승 폭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대외 금융시장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7일 현지시간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5.31%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간 만료 여파로 배럴당 90.87달러까지 상승했다. 장기금리와 국제유가가 동시에 오르면 외국인 자금 흐름과 국내 성장주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장의 다음 분기점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0일 공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7월 의사록이다. 당시 회의에서는 위원 3명이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하고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의사록에서 예상보다 강한 긴축 의견이 확인되면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로 오르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코스피가 7200선을 넘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가 지속되는 동시에 매수세가 자동차와 금융, 바이오, 중소형주 등으로 확산해야 한다. 지수 회복이 반도체 두 종목에 머물지, 시장 전체의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이번 주 증시의 핵심 쟁점이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