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가 정면 승부에 들어갔다. 김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과 당·청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고, 정 후보는 “의리”와 통합을 강조했다. 송 후보는 자신을 “호남의 아들”로 규정하며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세 후보는 15일 전남광주 나주시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전남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연단에 올랐다. 호남에는 전체 권리당원의 약 33%인 51만여 명이 몰려 있어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표밭으로 꼽힌다.
김민석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과 자신의 인연을 앞세웠다. 김 후보는 “저는 광주로 3년 감옥을 살았다. 광주는 제 영혼이고 자부심”이라며 전남을 자신의 모태, 전북 익산을 거처이자 노후를 보낼 곳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을 향해서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이 의원이 5·18을 폄훼해도 현행 제도로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개정해 1년간 의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도 당권 경쟁의 전면에 올렸다. 김 후보는 국무총리 재임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호남 메가 프로젝트를 함께 설계했다며 “당청 갈등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호남 반도체 산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청래 후보는 자신을 “호남의 사위”라고 소개했다. 전남 강진이 처가라는 점을 꺼낸 정 후보는 광주를 AI와 반도체 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자신의 “추진력과 돌파력, 속도전”으로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와의 차별화에는 “의리”를 꺼냈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뒤 자신이 당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과거 탈당 이력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당적을 지켜온 자신의 정치 이력을 부각한 발언으로 이어졌다.
정 후보는 당내 통합 구상도 내놨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는 “4통 통합”을 이루고 범민주 진보 세력의 연대까지 확대해 총선과 대선 승리, 정권 재창출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후보는 두 후보와 다른 방식으로 호남 표심을 파고들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송 후보는 자신을 “호남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정 후보의 “호남 사위” 발언을 받아쳤다. 그는 “호남 사위도 좋지만 아들에게 힘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지를 요청했다.
공세의 화살은 정 후보에게도 향했다. 송 후보는 정 후보가 대표로 이끌었던 6·3 지방선거 결과를 승리로 평가하는 데 대해 “투자자와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분식회계”라고 비판했다. 지역구 일부를 잃은 선거 결과를 승리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송 후보는 검찰 개혁이 제도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이제 사법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무공 이순신의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변형한 “약무영길 시무재명”을 내세워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할 당대표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세 후보는 같은 호남 표심을 놓고 서로 다른 정치적 연결고리를 반복해서 꺼냈다. 김 후보는 5·18과 이 대통령과의 정책 협력을, 정 후보는 처가와 당에 대한 의리를, 송 후보는 출신 지역과 민주당 정치 이력을 앞세웠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 발전을 놓고도 각자 자신이 실행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경선 구도는 초접전이다. 앞선 충청권과 영남권, 강원·제주 지역 투표를 합산한 결과 김민석 후보가 46.01%, 정청래 후보가 44.53%를 기록해 격차는 1.48%포인트에 불과하다. 호남 투표 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나주 연설회에 이어 전북 익산에서 전북 지역 합동연설회를 진행하고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16일 서울·경기 순회경선을 거쳐 17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김 후보와 정 후보의 누적 득표율 차이가 1%포인트대로 좁혀진 가운데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가량이 몰린 호남의 선택은 단순한 지역 경선 이상의 무게를 갖게 됐다. 호남에서 어느 후보가 격차를 벌리거나 뒤집느냐에 따라 마지막 수도권 경선의 출발선부터 달라진다. 당권주자들이 이날 나주에서 유독 자신의 호남 인연과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를 반복해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