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하자 청와대가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훈련 규모와 방식 등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한·미 간 후속 협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청와대는 17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SNS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져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긴밀한 한·미 공조 아래 페이스메이커로서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북·미 대화를 촉진하고 남북 관계 개선으로 연결하는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연합훈련 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연합연습·훈련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 왔다”며 “앞으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국과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이 “내가 취임한 이후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연합훈련이 대화 재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비용도 문제 삼았다. 그는 “연합훈련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평소처럼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훈련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을 고려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이란 관련 군사적 기여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한국 측이 “사양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는 이란에서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왔다”며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고려해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일부 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됐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단계적으로 재개됐다.
이번 지시는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다시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훈련 축소가 한·미 연합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국방부는 예정된 연합훈련을 기존에 공지된 일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현재 진행되는 훈련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이후 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 규모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한·미 국방당국 간 협의를 거쳐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