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군공항 이전이 끝나기 전이라도 주변 부지부터 산업단지 조성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인허가와 기반시설 구축, 규제 개선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실제 투자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라는 취지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정해진 광주 군공항의 조기 활용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국방부에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의 기능을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도록 주문했다. 군공항 전체의 기능 이전을 기다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주변 부지부터 산업단지 공사를 시작하는 방안도 추진하도록 했다. (뉴스핌)
사업 추진 속도의 기준으로는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클러스터를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일본 구마모토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마모토는 대만 TSMC의 일본 생산거점이 들어선 지역이다. 일본 정부와 지방정부가 대규모 보조금과 기반시설 지원에 나서면서 공장 건설이 빠르게 진행됐다. TSMC 구마모토 1공장은 2022년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양산을 시작했다. (동아일보)
광주 군공항 문제와 함께 전력과 용수 공급도 핵심 과제로 올랐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부지 조성만 앞당겨서는 실제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필요한 법률의 제정과 개정도 서두르도록 했다. 부처별 인허가 절차를 따로 진행하다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 역시 정부 차원에서 줄이도록 주문했다.
메가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정부 지원을 대기업이나 특정 산업에 집중하지 말라는 지시도 나왔다. 반도체와 AI 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지역의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의 목표를 “성장의 축을 국토 전체로 확장하고 초격차 산업 지도를 지방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K자 성장”으로 불리는 성장 양극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사업 초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에도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과 정승일 SK 미래성장담당 사장을 향해 기존 상생 활동을 언급하면서 관련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정부 내부의 행정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부처 간 칸막이나 규제, 기반시설 부족 때문에 기업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사업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도록 지시했다.
회의에서는 개별 사업의 투자 계획뿐 아니라 부지 확보와 인허가, 군 시설 이전, 전력·용수 공급 등 실제 착공을 좌우하는 절차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첫 회의에서 사업 지역과 큰 틀을 정했다면 이번 회의에서는 착공 시점을 얼마나 당길 수 있는지가 핵심 의제로 올라온 셈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1년을 메가프로젝트 추진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했다. 광주 군공항 기능의 임시 배치 목표 시점까지 제시되면서 이제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도 구체화됐다. 군공항 기능을 어디로 어떻게 분산할지, 이전에 앞서 어느 부지부터 반도체 산업단지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실제 착공 속도를 가를 첫 시험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