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과 요건을 축소·강화한 정부 세제개편안을 두고 일부 업계가 반발하자 "부당감면 축소는 조세정상화의 길"이라고 맞섰다.
이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꼼수상속 잡다가 가업 승계 막아설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해당 기사에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에 따라 택시·버스 운송업과 마트, 병원, 약국 등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 대목을 직접 언급하며 "이런 업종에 수백억씩 상속세 감면을 계속하는 게 공정할까요"라고 반문했다. 가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단순한 재산 상속이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기간 기업을 운영한 사업자가 사망한 뒤 상속인이 해당 기업을 이어받아 경영할 경우 상속재산 가액의 일부를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사업 운영과 고용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1997년 도입됐다.
그러나 공제 대상 업종이 확대되고 공제 한도가 커지면서 제도의 본래 목적과 관계없는 사업까지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업용 토지를 많이 보유한 주차장이나 외부에서 완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이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문제로 거론됐다.
이 대통령도 앞서 국무회의 등에서 가업상속공제 운영 실태를 지적하며 대상을 명확히 줄이라고 지시했다. 주차장이나 직접 빵을 굽지 않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까지 가업으로 인정받아 거액의 상속세를 줄이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가업을 "전문 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제 대상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전체 1천205개 업종 가운데 727개 업종으로 정비한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마트와 병원, 약국,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은 원칙적으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음식점업은 직접 제조하거나 조리하는 경우에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외부에서 완제품 빵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베이커리 카페는 대상에서 빠지는 구조다.
다만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업종이라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백년소상공인이나 명문장수기업은 업종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업종만 충족하면 자동으로 혜택을 주던 방식도 바뀐다. 정부는 민관 심사위원회를 설치해 해당 기업이 전문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보유했는지, 승계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다.
기간 요건도 강화된다. 피상속인이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 기간은 현행 10년 이상에서 원칙적으로 3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상속인이 가업용 자산과 지분, 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20년 이상 30년 미만 경영한 기업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이 30년에 미치지 못한 만큼 상속인의 사후관리 기간을 추가로 늘리는 조건으로 공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과도한 토지 보유를 이용한 절세를 막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공제할 수 있는 사업용 토지 범위를 축소하고 토지 면적당 공제 한도를 새로 설정한다. 가업 승계에 필요한 생산시설과 사업 자산은 보호하되, 사업과 직접 관련성이 낮은 부동산까지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상 업종을 일률적으로 제외하면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온 운송·유통·의료 분야 기업의 정상적인 승계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종 특성에 따라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도 있는데 산업분류만으로 공제 여부를 가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론이다.
반면 정부는 단순히 동일 업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만으로 거액의 상속세를 감면하는 것은 가업 승계 지원이라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조세정상화"를 언급한 것도 대상 축소를 세금 인상이 아닌 부당한 감면의 정비로 규정한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정부안으로 확정된 단계이며 시행을 위해서는 국회의 세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편안대로 법률이 개정되면 관련 조항은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시작되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국회 심사에서는 가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와 업종별 특성을 심사 과정에 얼마나 반영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