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지인과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고 항공권과 숙박비 등을 제공받은 현직 부장판사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대법원은 재판 중인 사건의 피고인과 부적절한 친분 관계를 유지한 행위가 법관의 품위를 훼손하고 법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3일 김인택 수원지법 부장판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징계부가금 347만4천632원을 부과했다.
징계 사유는 김 부장판사와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관련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았던 인연으로 알려진 HDC신라면세점 전 대표 황모씨 사이의 부적절한 교류다.
대법원 조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황씨가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친분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황씨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김 부장판사에게 왕복 항공권과 숙박비 등 모두 347만원 상당의 여행 경비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이 함께 해외로 나간 횟수도 여러 차례였다. 김 부장판사는 2023년 7월부터 2025년 5월까지 황씨와 모두 6차례 해외여행을 함께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법관에게 요구되는 윤리 기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가 황씨의 재판 진행 사실을 알고도 부적절한 친분 관계를 유지했고, 반복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경제적 편의를 제공받은 행위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직 3개월과 함께 제공받은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김 부장판사는 별도의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는 정식 형사재판에서 가려지게 됐다. 첫 공판은 오는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정치권을 뒤흔든 "명태균 게이트" 관련 사건의 재판장으로도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창원지법 재직 당시인 지난 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아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징계는 해당 판결의 내용이 아니라 김 부장판사가 재판 중인 지인과 해외여행을 반복하고 여행 경비를 제공받은 행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법관은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직무 안팎에서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불러올 수 있는 이해관계와 접촉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와 현직 법관 사이의 사적 교류는 실제 담당 사건 여부와 별개로 사법 신뢰와 직결될 수 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 내부 징계는 정직 3개월로 결정됐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형사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씨로부터 받은 여행 경비의 성격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오는 11월 시작되는 정식재판에서 어떻게 판단될지가 남은 쟁점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