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에게 토종 기업처럼 익숙한 브랜드 가운데 실제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외국 기업이나 해외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곳이 적지 않다. 배달과 외식, 숙박, 생활용품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분야까지 해외 자본의 영향력이 넓게 퍼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의민족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우버가 DH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거래가 완료될 경우 배달의민족의 최종 지배구조도 다시 바뀌게 된다.
다만 현재 배달의민족이 이미 미국 우버 소유가 된 것은 아니다. 우버의 DH 인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거래가 최종 완료돼야 지배구조 변화가 확정된다.
공차도 주인이 다시 바뀔 예정이다.
공차는 2006년 대만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국내 사모펀드 UCK파트너스가 2014년 공차코리아를 인수하고 이후 대만의 글로벌 사업권까지 확보하면서 한국 법인이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는 구조로 성장했다.
이후 미국계 사모펀드 TA어소시에이츠가 공차를 인수했고, 올해 다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공차글로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공차의 경영권은 베인캐피탈로 넘어간다.
공차처럼 브랜드가 탄생한 국가와 실제 사업을 성장시킨 국가, 현재 지배주주의 국적이 모두 다른 사례도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 이름만 보고 기업의 국적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숙박·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도 해외 자본이 지배구조에 참여하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주요 지분을 확보하면서 국내 대표 숙박 플랫폼 가운데 하나가 외국계 자본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역시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매장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지만 최종 지배주주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계 자본이 소유한 기업이다.
유아동 브랜드 아가방앤컴퍼니도 중국계 자본이 최대주주로 자리 잡은 사례다. 중국 패션기업 랑시그룹 계열 자본이 지분을 확보하면서 국내에서 오랫동안 영업해온 브랜드의 지배구조가 해외 자본 중심으로 바뀌었다.
린나이코리아는 일본 린나이 본사가 지배하는 구조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가스레인지와 보일러 등 생활가전 사업을 벌이면서 국내 브랜드처럼 익숙해졌지만 모기업은 일본 기업이다.
배달앱 요기요 역시 지배구조를 단순히 국내 기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GS리테일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거쳐 현재의 소유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들 기업을 모두 단순히 "한국 기업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국내에 설립된 법인은 한국의 법률과 세제, 고용제도를 적용받는다. 한국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사업장을 운영하며 세금을 납부하는 것과 해당 기업의 최종 지배주주가 어느 국가의 자본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브랜드의 탄생 국가와 법인 소재지, 최대주주의 국적 역시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처럼 한국에서 탄생했지만 독일 기업에 인수된 뒤 다시 미국 기업의 인수 대상이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공차처럼 대만에서 출발해 한국 자본이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했다가 미국계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 사례도 있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은 소유구조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대하거나 기업가치를 높인 뒤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주요 사업 방식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공차의 잇따른 인수 계약은 국내 소비시장에서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플랫폼과 외식, 숙박, 소비재처럼 안정적인 이용자를 확보한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 이미 구축된 유통망과 플랫폼이 인수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친숙하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자본이 소유한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어제까지 국내 자본이 지배했던 기업이 해외 기업에 넘어가거나 다시 다른 국가의 자본으로 매각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결국 기업의 국적을 판단하려면 브랜드 이름보다 실제 지분과 최종 지배주주를 확인해야 한다. 배달의민족과 공차처럼 대형 브랜드의 주인이 잇따라 바뀌면서 국내 소비시장에서 발생한 수익과 기업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로 남았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