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활비 부담이 일본과 중국을 모두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 가격에서 세 나라의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장보기 물가가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생활비 데이터베이스 넘베오(Numbeo)의 2026년 지표를 비교하면 한국의 생활비 지수는 61.6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47.5, 중국은 30.5였다. 지수가 높을수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의 생활비 지수 격차는 14.1포인트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이 31.1포인트 높아 두 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구매하는 식료품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한국의 식료품 가격 지수는 77.5로 세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본은 56.8, 중국은 34.7로 집계됐다.
한국의 식료품 가격 지수는 일본보다 20.7포인트, 중국보다 42.8포인트 높다. 중국과 비교하면 2배를 웃돈다. 전체 생활비보다 식료품 부문에서 국가 간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외식비에서도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외식 가격 지수는 35.8로 나타났다. 일본은 30.3, 중국은 21.0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5.5포인트로 식료품 가격보다는 차이가 작았다.
세 지표를 종합하면 한국, 일본, 중국 순으로 가격 수준이 높았다. 특히 한국은 전체 생활비뿐 아니라 식료품과 외식 가격에서도 모두 일본과 중국을 앞섰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식료품이다. 외식 가격 지수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식료품 가격에서는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집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더라도 장보기 비용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활비 문제는 최근 국내 물가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식료품은 소비자가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인 만큼 가격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공식적인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가계가 느끼는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넘베오의 생활비 지수를 국가의 공식 물가통계와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넘베오는 전 세계 이용자가 입력한 상품·서비스 가격 자료 등을 바탕으로 도시와 국가별 생활비를 비교하는 데이터베이스다. 각국 통계기관이 정해진 조사 대상과 방법에 따라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는 조사 방식과 목적이 다르다.
또 생활비 지수는 국가별 평균적인 가격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인 만큼 실제 개인이 부담하는 생활비와는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과 지방 도시의 주거비가 다르고 소득과 소비 습관, 가족 구성, 환율 등에 따라서도 체감하는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생활비 지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나라 국민의 삶이 더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실제 생활 수준을 비교하려면 소득과 구매력, 주거비, 세금과 사회보장 비용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한·중·일 세 나라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한국의 생활비와 식료품 가격 지수가 모두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눈에 띈다. 특히 매달 반복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장보기 비용에서 일본과의 격차까지 크게 벌어진 만큼 국내 식료품 가격이 왜 상대적으로 높은지 유통구조와 생산비, 수입가격 등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