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도수치료의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환자에게 보험금 원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치료 판단을 존중해야 하고 보험약관에도 도수치료의 종류나 횟수를 제한하는 별도 규정이 없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16일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이 A씨에게 보험금 245만17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금 원금은 A씨의 청구액 전부가 인정됐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요구한 지연손해금 가운데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비용은 현대해상이 부담하도록 했다.
소송은 A씨가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은 뒤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현대해상은 A씨가 받은 도수치료의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해당 치료가 보험약관에서 보험금 지급사유로 규정한 "질병으로 인한 통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변론 내용을 종합해 A씨가 받은 도수치료를 보험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인 "질병으로 인한 통원치료"로 인정했다.
판단 과정에서는 A씨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의 소견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담당 의사는 A씨가 병원을 찾았을 당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도수치료를 시행한 뒤 통증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담당의사 치료가 특히 부당하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사후적으로 치료의 적정성을 문제 삼더라도 실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한 의료진의 판단을 배제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도수치료 자체의 특성도 판단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도수치료를 손을 이용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근육이나 인대를 자극하거나 스트레칭 효과와 림프·혈액순환 촉진 등을 통해 통증이나 부종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존적 치료라고 설명했다.
치료 횟수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도수치료는 그 중단 시점을 확정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는 도수치료의 종류 또는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보험사가 치료 횟수나 적정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제한하려면 해당 보험계약의 약관에 그 근거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보험약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약관의 내용은 개별 계약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달리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인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을 작성한 보험사에는 불리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약관 해석 원칙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현대해상이 제시한 사정만으로 A씨가 받은 도수치료를 "질병으로 인한 통원치료"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이 A씨에게 미지급 보험금 245만1700원 전액과 법원이 인정한 범위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은 도수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실손보험금 지급이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별 환자의 질환과 치료 필요성, 의료진의 진료기록, 가입한 보험의 약관 등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보험사가 자체적인 적정성 판단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사건에서 법원이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판단과 보험약관에 명시된 지급 기준을 중요하게 봤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도수치료를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의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료 횟수와 적정성을 어느 수준까지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 약관에 명확한 제한 규정이 없는 경우 보험사가 어떤 근거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가 향후 유사 분쟁에서도 쟁점으로 남게 됐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