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까지 갔다가 출국을 돌연 취소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인사들과 예정했던 양자 면담까지 모두 취소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관가와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구 부총리는 출국을 위한 동선까지 밟았다. 이날 오전 공항에 도착한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고 재경부도 G20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구 부총리의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구 부총리는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예정됐던 미국행을 취소하고 공항에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주요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공항까지 이동한 경제부총리가 출국 직전 일정을 전면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G20 회의 일정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예정됐던 양자 회담도 취소됐다. 구 부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금융 당국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베선트 장관과의 만남은 한미 간 경제·통상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미국의 경제·통상정책 변화가 국내 산업과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경제수장의 만남 자체에 관심이 모였지만 이번 출국 취소로 회담도 무산됐다.
현재까지 일정 취소의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결정이 재경부 내부나 G20 주최 측의 일정 변경 때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 개인 또는 국내 상황에 따른 결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공항에서는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구 부총리는 수행진과 함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했고 현장에서는 출국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공개됐다. 이후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면서 수행 일정과 현지 회담도 함께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에서는 구 부총리의 거취와 관련된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구 부총리의 교체나 사의 표명 여부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배경에는 청와대의 2차 개각 움직임이 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사의를 수리한 이후 후속 인선을 포함한 2차 개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해왔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소상공인 채무조정 등 주요 경제 현안이 한꺼번에 불거진 상황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청년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는 시점이라는 점도 구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일정 취소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경제부총리의 거취가 실제 개각과 연결될 경우 향후 경제정책 지휘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일정은 이미 공항에 도착하고 출국 모습까지 공개된 뒤 취소됐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해외 출장 변경과는 차이가 있다.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과의 회담까지 포기하면서 국내에 남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가 확인되지 않는 한 구 부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