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공익사업에 일정 금액을 투자해 장기 체류와 영주자격을 얻을 수 있는 투자이민제의 일반 투자 기준이 15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보다 진입 문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뉴질랜드는 투자 조건을 완화하고 호주는 기존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주요국의 제도 개편 방향은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공익사업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법무부장관이 정한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우선 거주자격인 F-2를 부여하고, 투자 상태를 5년 이상 유지할 경우 영주자격인 F-5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일반 공익사업 투자이민의 기준 금액은 15억원 이상이다. 고액투자이민은 30억원 이상이다. 단순히 15억원을 내면 즉시 영주권을 받는 구조는 아니다.
일반 투자자는 기준 금액을 투자하면 본인과 배우자, 미혼 자녀가 경제활동이 가능한 F-2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다. 이후 5년 이상 투자 상태를 유지해야 F-5 영주자격으로 변경할 수 있다. 영주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투자금을 돌려받더라도 영주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3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고액투자이민은 방식이 다르다. 5년 이상 투자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투자자와 배우자, 미혼 자녀가 영주자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5년이 지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면 영주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투자 방식도 일반적인 부동산 매입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원금보장·무이자형은 법무부가 위탁한 한국산업은행의 공익펀드에 자금을 예치하고 5년 뒤 원금만 돌려받는 방식이다. 예치된 자금은 중소기업 등에 저리로 공급된다.
한국의 투자 기준을 해외 투자이민제와 단순 비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국가마다 투자금의 성격과 체류기간, 영주권 취득 조건이 다르고 최근 몇 년 사이 제도를 크게 바꾼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대표적으로 투자이민 문턱을 낮춘 국가다. 현재 "Active Investor Plus Visa"를 Growth와 Balanced 두 유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Growth 유형은 최소 500만뉴질랜드달러를 3년간 투자해야 하고, Balanced 유형은 최소 1000만뉴질랜드달러를 5년간 투자해야 한다. 투자 대상과 현지 체류 요건도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5년 4월 제도를 개편하면서 기존 최대 1500만뉴질랜드달러였던 투자 기준을 두 유형으로 나눠 낮췄다. 실제로 제도 개편 이후 2026년 8월 중순까지 투자 예정 또는 이미 투입된 자금이 약 48억뉴질랜드달러에 달한 것으로 뉴질랜드 이민당국은 집계했다.
반대로 호주는 기존 투자이민의 문을 닫았다. 과거 500만호주달러를 투자하는 Significant Investor 비자 등이 운영됐지만, 호주 정부는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Program을 2024년 7월 31일 신규 신청부터 폐쇄했다. 기존 신청자는 심사가 계속되지만 현재 새로운 신청자가 이 제도를 통해 투자비자를 신청할 수는 없다.
포르투갈 역시 과거 부동산 투자로 유명했던 이른바 "골든비자"의 구조가 바뀌었다. 현재는 비부동산 집합투자기구에 50만유로 이상을 투자하거나 연구 분야에 50만유로, 문화·예술 분야에 25만유로를 투입하는 방식 등이 남아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신청 방법도 있다.
이탈리아는 투자 대상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혁신 스타트업 투자는 25만유로, 이탈리아 기업 투자는 50만유로, 공익사업 기부는 100만유로, 국채 투자는 200만유로가 기준이다. 하나의 금액만 놓고 한국과 어느 국가가 더 비싸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의 15억원 역시 "영주권 가격"으로 해석하면 실제 제도와 차이가 생긴다. 일반 투자자는 먼저 거주자격을 받은 뒤 5년 동안 투자를 유지해야 하고 체류자격 변경을 위한 다른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투자이민은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금만으로 장기 체류나 영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각국에서 계속돼 왔다. 자금 출처 확인과 범죄경력 심사, 실제 경제 기여도를 얼마나 엄격하게 따질 것인지도 제도 운영의 핵심이다.
한국이 일반 투자 기준을 15억원으로 높여 문턱을 올린 사이 뉴질랜드는 조건을 완화해 해외 자본 유치에 나섰고 호주는 기존 제도를 아예 폐쇄했다. 결국 투자금 액수 자체보다 유입된 자본이 국내 기업과 일자리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5년 뒤 투자금을 돌려준 이후에도 국가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남는지가 한국 투자이민제에서 따져볼 문제다.
박현정 기자